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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6일
<선덕여왕> 김영현 작가의 수수께끼 풀기식 이야기 전개는 워낙 유명하다.
그를 국민작가 반열에 올린 <대장금>에서도 화두를 던져 주고 등장인물들이 일사불란하게 해결하여 임무를 완성하게 하는 롤플레잉 게임식의 전개로 눈길을 끌었으니말이다. 이후 <서동요> <히트> 등에서 업그레이드 된 게임식 전개는 <선덕여왕>에서 절정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중 하일라이트가 칠숙의 난으로 역사상 기술된 미실의 난과 극의 엔딩을 장식할 비담의 난이다. 비담에 대해 제작진들은 초반부터 선과 악의 절정을 보여줄 다중이 캐릭터임을 강조한바 있다. 사실 선덕여왕 하면 김유신과 김춘추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대중들에게 비담은 미실보다 더 낯설은 인물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역사적인 상상력의 초점을 미실에 이어 비담에게 맞춘 것도 이때문이다. 선덕여왕이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국내외 저항은 없었을까 비담의 난 진압과 더불어 선덕여왕이 서거하고 같은 해 용춘공 등 최측근들이 하야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 충분히 왕위를 이을 수 있었던 김춘추가 있음에도 진덕여왕이 선덕여왕의 후계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단순히 생각해도 나오는 이런 궁금증을 김영현 작가는 비담의 난에 대한 전후 상황만들기로 풀어보려는듯 하다. 비담은 덕만의 측근이지만 무명씨로 등장했다. 진지제와 미실 사이의 핏줄임이 드러나 정체성을 찾게되고 미실의 실각과 함께 선덕여왕에 반하는 정적들의 대표자로 설정 되었으나 외부적인 상황의 급변과 달리 비담의 심경은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다. 자신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의지하고픈 존재로 덕만을 연모하는 일편단심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왜 난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덕만의 외조자로 오랜 연모에 대한 결실을 맺을 수도 있었을텐데 왜? 질투심? 아니면 배신감이 원인일까? 역사상 비담 염종의 난으로 기술되었듯이 그 계기를 만드는 악역을 김영현 작가는 예상했던 대로 염종에게 부여했다. 앞뒤를 따지다보면 염종에게 딱히 극적인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이야기 전개상 비담의 난에 대한 정당성을 불러일으키는, 논리에 맞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염종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59회와 60회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열심히 비담을 궁지로 몰아넣고 심지어 출생의 비밀에서 비롯된 애정결핍이란 심리적 결함까지 이용하여 비담을 난의 주동자로 끌어올리니 말이다. 여하튼 이 과정에서 어색하지만 퍼즐은 대충 맞아떨어져 보인다. 믿음과 신뢰를 끊임없이 보여주고자했던 덕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담은 피눈물을 흘리며 배반감에 떨고 있으니 이제 난의 주동자로 덕만의 반대편에서 최후를 맞이할 일만 남은 것이다. 이를 위해 김영현작가는 비담의 회상씬을 통해 국선문노에게 외면당했던 어린시절의 비담을 삽입했고 비담과 덕만이 정표의 반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손을 클로즈업했다. 김춘추가 천의를 앞당긴다는 명분으로 덕만의 진심에 대한 의구심을 비담에게 심어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담의 난 실체는 정말 이것이었을까? ![]() ![]() ![]() ![]() ![]() ![]() ![]() <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을 저술한 김용희 작가는 비담의 난이 선덕여왕에 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오히려 선덕여왕에 대결한 세력은 김유신 김춘추였으며 이들에 의해 폐위된 선덕여왕을 옹호하기 위해 당시 상대등인 비담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군사력을 장악했던 김유신 김춘추에 의해 선덕여왕은 폐위되어 부인사에 유폐되었고 김유신등에 의해 급조된 진덕여왕이 왕위를 승계했다고 전한다. 선덕여왕의 사후 최측근들이 줄줄이 같은 해에 사망하거나 하야한 것도 이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인 포용력과 구휼정책, 문화정치로 역대 어느왕보다 뛰어난 안민을 이끌었으나 집권 말기에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아있는 선덕여왕. 김영현작가는 여기저기 벌여놓은 역사적 상상력의 흔적들을 과연 어떤 모양의 퍼즐로 완성시킬것인가. 외유내강한 덕만과 외강내유한 비담의 최후가 어찌 그려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2009년 12월 09일
김별아 작가가 쓴 소설<미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엔딩이었다.
미실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한 설원의 사랑은 뛰어난 정치인이자 여걸인 미실의 인간적인 면모를 한층 돗보이게 한다. 숱한 남자들을 거름삼아 득세한 미실이었으나 그녀의 생을 온전히 마무리지어준 남자는 오직 설원이었다. 1%의 역사적 사실과 99%의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있는 환타지 역사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미실과 설원의 믿음과 신뢰와 사랑은 세상 어떤 부부나 정치적 파트너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심오한 것으로 그려진다.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 등은 바로 미실과 설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덕만과 유신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덕만이 유신의 왕이 되면서 그들은 군신의 관계로 깊은 믿음을 주고받을 것을 협약한다. 평범한 남녀간의 사랑으로 그칠뻔한 것을 군신간의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덕만과 비담은? 덕만이 왕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 덕만과 유신의 절절한 사랑을 제3자 입장에서 지켜보았던 비담은 과거 어린시절 국선 문노가 계획했던 자신들의 미래를 알게되면서 어느 순간 덕만을 마음 깊이 품는다.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한 결속으로 묶여진 덕만과 유신의 관계가 달갑지 않게 다가온 것은 이때부터다. 덕만이 여왕으로 즉위하고 나서도 충성스런 신하의 가면을 쓰고 한 여자를 연모하는 남자의 속내를 감춘채 정치적 야망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신하로서 유신을 곁에 두려는 덕만의 거침없는 행보에 어느 순간 정치가로서의 야망을 접게된다. 믿을 수 있게 해달라는 덕만의 애절한 절규에 왕인 덕만을 끌어안고 보듬어주는 유일한 존재로 남게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무대위의 주인공은 덕만으로 충분하다고 맘을 고쳐먹은 것이다. 이는 친모인 미실이 남긴 사랑하면 모든 것을 빼앗으라는 사심어린 유지에 대치되는 것이다. 국선 문노를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은 삼한지세를 정적인 유신에게 선사하며 천년에 남을 위업과 이름을 스스로 포기했으니 한마디로 비담은 덕만과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여인으로서 덕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비담의 순수한 애정에서 비롯된 이러한 행보는 이미 구축된 비담의 세력에게 강력한 경고일게다. 둘의 심중 깊은 곳의 진심과 각자 구축된 세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성질이기 때문이다. ![]() ![]() ![]() 역사상 <비담의 난>으로 마무리된 그 사건의 실체가 이처럼 슬픈 사연에서 시작된 것이었을까? 선덕여왕과 관련된 어떤 작품에서도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았으며, 단 한줄 비담의 난으로 후대에 알려진 비담의 존재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설원에 버금가는 외조자로 그려질듯 하다. 혜성처럼 나타난 중반부터 어미닭을 쫒는 병아리처럼 덕만의 주위를 배회하던 비담이 결국 제2의 설원과 같은 그림자 외조의 달인으로 아무런 욕심없이 생을 마감하게 될지....아니면 본의 아니게 덕만과 대치하며 비극적으로 원치 않는 삶을 정리하게 될지.... 실제로 비담의 난이 진압되면서 연이어 선덕여왕도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는 어떤 또 다른 연관이 있는 것일지.... 이밤이 새도록 궁금해질듯 하다. 덕만 유신의 애정구도, 미실의 아들로 설정된 비담의 왕권에의 욕망, 한때 반기를 들게되는 춘추 등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와는 전혀 다른 환타지 역사 드라마 <선덕여왕>에 대한 껄끄러움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역사적 사실을 기묘하게 체스판의 말로 활용하며 상상력을 덧입히는 작가의 능력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비담을 척살하라는 다음회 예고에 낚인 평범하디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 역사왜곡이고 뭐고 제발 덕만과 비담의 멜로가 실현되어 한순간이라도 이들이 맘 편히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하는 맘을 갖게 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 덕만과 비담이 종영까지는 미실과 설원같은 신뢰와 애정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마구마구 셈솟는다. 역시 비담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 ![]() 2009년 12월 02일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한참 주가를 올리는 중인 김유신과 김춘추, ![]() 고구려 고대 종교인 동방교를 중심으로 고토를 회복하고 민족의 정기를 보존하려는 고구려 유민들과 이를 배척하는 당나라간의 사투로 사건은 시작된다. 당나라의 영토확장정책에 의해 복속되고 흡수되버린 여러 고대 종족들은 당나라의 용병으로서 고구려유민과 충돌한다. <초원의 향기>가 여느 역사소설과 달리 생동감 있는 이유는 이들의 얼키고 설킨 전쟁과 도주의 중심에 초지일관하는 한 평범한, 오히려 어리석어보이기만 하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핵으로 자리해서다. 고구려계인 당나라 하위관리 고문간과 도전적이고 배포가 큰 멸망한 고구려의 왕족이자 동방교의 여교주 아란두의 수십년에 걸친 사랑과 협력과 충돌의 사연들은 주변인물들의 흥망성쇠와 함께 대하드라마를 방불케한다. 특히 당나라 장안과 영주에서 돌궐제국의 거대한 초원으로 무대가 바뀌면서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주인공들의 신분 변화와 무거운 책임들은 변화무쌍한 인생을 대변하고 있어 현대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인공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캐릭터인 고문간은 고구려계지만 수완좋은 모친덕으로 19세에 이미 당나라 하급 관리로 평탄한 삶을 산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고구려 왕족을 탈주시킨 당나라 역적으로 몰려 일가는 몰락하기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멸망한 고구려의 왕녀 아란두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동방교의 교주 아란두에 이끌려 동방교의 사제가 된 그는 아란두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며 조용히 지내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당나라 고구려계 군대의 장교로 변모해 중앙아시아의 서쪽 끝을 떠도는 용병장이 된다. 동방교를 전파하기 위해 어느나라의 문물이든 흔쾌히 받아들이는 유목민 돌궐제국에 편승한 아란두와 다시 엮이게 된 고문간은 수년간의 고구려 용병생활덕에 신흥 돌궐제국 근간을 이루는 충신으로 변모한다. 중앙아시아 대평원을 차지한 돌궐제국에서 10만명의 고구려 유민을 대표하는 뵈클리 칸(고구려왕)으로 추대되고 어느새 돌궐 황제의 매제가 되었다. 돌궐에서의 평화로운 삶도 잠깐, 돌궐 황후가 된 아란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뒤로하고 칩거생활을 한 고문간은 은퇴하여 손주 재롱을 볼 나이인 60대에 돌궐의 고구려계 군대를 이끌고 거란을 정복하는데 이르렀으나 돌궐 황제와의 충돌로 다시 당나라에 투항하게 된다. 당나라 귀족으로 불안한 삶을 살았으나 처자식을 모두 잃고 결국 돌궐황실에 의해 배신자로 찍혀 70대에 능지처참을 당하는 비운의 인물이다. 세월 흐르는대로 바람따라 강물따라 연명하는 삶을 살아왔던 고문간은 생의 마지막 순간 평생을 사랑해온 아란두와 동방교를 가슴에 안고 영혼의 자유를 얻지만 어찌보면 줏대 없이 시류에 흔들리다 스러진 시대의 희생양 같다. 작가 이인화는 이 작품을 위해 4년 가까이 초원을 떠돌며 자료를 모으고 방대한 중앙아시아관련 고대사에 파묻혀 지냈다고 한다. 농경사회로만 인지되었던 한민족의 고대사가 유목사회와도 연결되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초원의 향기>는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제였던 측천무후의 폭정과 선정을 한 축으로 하고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시아버지뻘인 당태종의 애첩으로 시작해 그 아들인 고종의 황후가 되어 실질적인 치세를 하고 고종 사후 아예 직접 황제가 되어 주나라를 건국한 수십년 정치행보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과 오버랩된다. 또한 당나라 장교시절 고문간의 은인이었던 당대 최고의 지휘관 배행검과 그 뒤를 이은 백제계 흑치상지, 고문간의 오랜 지기인 걸걸조영(후에 발해를 건국하는 대조영)등의 출연은 이 소설이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한민족의 고대사를 꿰뚫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물이다. 한민족역사의 근간을 유목사회에서 찾아낸 <초원의 향기>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되돌아 보고자 하는 역사물 애호가라면 꼭 챙겨봐야할 책이 아닐까 싶지만 출간 당시 평단이나 독자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