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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by 닥블루 at 03/04 신라가 삼국통일한게 아니.. by 역덕후 at 03/04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by 닥블루 at 02/03 저는 공연 넘 잘봤습니다... by 이상한분 at 02/03 저럴수가 by 명탐정 호성 at 10/16 그후 소향씨가 던킨도너츠.. by 닥블루 at 10/02 저도 봤습니다. 혼자였으.. by 먹보 at 05/11 출근전에 살짝 봤는데도 .. by OCGUBTT at 05/11 재미없는 소설은 가라! .. by 새파란상상 at 02/12 와..장문의 의견 감사드.. by 닥블루 at 01/22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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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4일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거실을 서재로 꾸미기 시작했지만 매일 늘어가는 책 수납이 만만치 않았답니다. 늦둥이 둘째가 태어나고 유아를 위한 원목 가구들 들여다 보니 거실 가득한 알록달록 MDF 책장이 불편해지더군요. 그동안은 어른들 위주의 책만 가득했는데 20년만에 리모델링 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어른들 책을 많이 없애고 아이가 보다 편하게 자기만의 책들을 뽑아 보게 하려고 아이들 입장에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서재형 거실을 만들기 위해 전면책장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90사이즈, 120사이즈 책장이 대여섯개 연결되어 있었는데 리모델링 하면서 집안 분위기에 맞고 수납력이 훻씬 높은 전면 원목책장을 과감히 선택했답니다. MDF로 된 전면 책장이나 수납 시스템이 유명 브랜드에서도 저렴하게 많이 나오지만 친환경적이지 않고 차가운 모던함은 저희집과 않거든요. ![]() 네모 반듯한 구조가 아닌 육각형 구조 거실이라 한쪽면에 전면책장을 짜 넣는게 만만치 않았답니다. 가장 책을 많이 수납할 수 있는 벽면에 설치했는데 만만치 않았어요. ![]() 공산품인 90짜리와 120짜리 책장이 있던 자리인데 전면책장으로 짜니 시안상으로도 수납력이 엄청납니다. ![]() 중간에 있는 창문까지 포함해서 전면책장을 짜주셔서 빈틈없이 수납하고 채광도 보존했어요. ![]() 몇주 지나 설치하러 오셨는데 전 첫눈에 엘더 원목에 푹 빠져버렸답니다. 워낙 마감을 잘해주셔서 뒷판까지 아름다운 엘더 전면책장은 특이한 저희 집 거실 구조를 근사해 보이게 해주더군요. ![]() 설치도 까다로워서 폭염에 공방분들이 무척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무리 무거운 책이어도 안전하게 수납 하도록 일부는 벽에 고정시키고 조각 조각 균형 맞추고...이거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 소분해서 제작했음에도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게 보통일 아니더군요. 무거운 책 수납도 용이하게 잘 고정시켜주셨어요. ![]() 천정까지 총 7칸으로 기획했는데 아래 4칸은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책, 위 3칸은 고등학생인 큰 애와 저희 부부를 위한 책으로 사이즈에 딱 맞게 제작해 주셔서 벙벙하지 않고 알차게 수납할 수 있게 해주셨답니다. 특히 빛이 잘 들게 기존 중간 창과 연결되게 제작해 주셔서 전면 책장임에도 수납과 채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지요. 거의 모든 칸은 보유하고 있는 책들의 사이즈에 맞춰 제작했습니다. ![]() 심지어 뒷판도 아름다운 수제 원목 책장이랍니다. ![]() 일단 아무렇게나 집어 놓은 상태지만 엄청난 양이 들어갔습니다. 정리 전이라 어수선 하네요. ^^;;; 정리 후 아이가 자리잡은 상태여요. 바로 돌아서면 재미난 책들이 가득하니 좋아해요. 하나하나 다듬고 최소한의 칠에 여러날 말려 전혀 냄새도 나지 않았지요. 아토피 심한 아이에게 최상의 친환경 선물이었답니다. ![]()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용 다양한 사이즈 동화책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수납되었답니다. 덕분에 저희 둘째는 책장 앞에서 온종일 살아요. 낮이나 밤이나...잠도 안자고 책만 읽어서 걱정이 될 정도랍니다. 책장 앞 아이만의 공간이 가장 행복한가 보아요. ![]() 한칸 한칸 마치 자기 자식처럼 정성과 사랑을 담아 제작해주신 공방 가족들의 손길 덕분인듯 합니다. ![]() 설치는 3년 전에 했는데 이제야 리뷰를 쓰네요. 2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어요. 여전히 아이는 세상에서 책을 가장 좋아하고 책장 앞 독서공간을 가장 사랑한답니다. 그간 책이 더 많아져서 지금은 정말 책방처럼 책이 가득한터라 가끔 저희 집을 방문하는 분들은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희 가족 모두 각자 취향의 책들을 양껏 수납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생겨 심하게 책쇼핑을 한 덕이지요. ㅎㅎ 집이 조금만 더 넓었어도 더 많은 책장으로 둘렀을터인데....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기다리는 책벌레 가족입니다. 2018년 01월 18일
1.13. 팬텀싱어2 콘서트 서울 첫 공연. 많아야 천석 미만 공연이나 가보았지...이처럼 5천석 순식간에 매진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신예들의 크로스오버 공연은 처음이다. 3시간 연속(한번의 인터미션도 없이) 관람도 애정없이는 불가한 것.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루할 틈 없는 출연진들의 활약상은 열악한 환경과 밸런스가 안맞는 음향에(싱어들 목소리보다 오케스트라와 밴드 음향이 더 강하게 들리는..) 뿔난 전문 관객들마저 환호하게 했다. 드라마 <화유기>의 시신도 움직이게 한다는 기구슬용 콘서트 에너지가 바로 이것인가. 시크한 우리 딸도 뒷부분에서는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치고 좌석에 놓여있던 이벤트용 메시지 카드를 흔들며 공연에 녹아들었으니...기획도 나쁘진 않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12명의 충실함과 열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딸이 좋아하는 강형호는 컨디션 난조인지 아쉬웠지만 사실 그의 배경이 전문 싱어가 아닌 연구원임을 감안하면 기적적 변신. 조민규와 김주택의 끼는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했고 클래스가 다른 김주택의 발성은 1만 관중용 잠실 실내체육관도 좁았다. 한태인의 고음까지 커버하는 베이스는 낮지만 단단했고 또다른 색깔의 베이스 김동현의 세련된 매너는 방송 그대로다. 틀을 벗어나려는 김주택의 세련된 치기과 틀을 유지하며 어우러지려는 김동현의 세련된 안정감은 해외무대 경험자라는 배경을 감안해도 매우 신선하다. 실로 감탄한 것은 정필립의 청정보이스. 방송이나 음원으로 듣는 것 그 이상이어서 그의 솔로 파트 때마다 주위의 탄성이 이어졌다. 한국적인 테너의 재발견이다. 딸이 '주먹 눈물 정필립'이라며 좋아하는데 정말 적절한 순수함과 뚝심의 소유자인듯 하다. 이미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는 배두훈, 이충주, 조형균, 박강현의 연기력과 무대매너는 안세권의 <록키> 복서 변신도 당연하게 했다. 쑥스러운 동굴 베이스 고우림이 <모나리자>의 리드싱어 아이돌로 변신하는 무대도 보았으니..방송의 최종 경연 팀이었던 '포레스텔라' '에델 라인클랑' '미라 클라스' 팬들에게는 여한이 없는 충실한 공연이었을 것이다. 물론 '포레스텔라' 팬인 9세 딸에게도.. ![]() ![]() ![]() ![]() ![]() 그러나 나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일단 공연 장소! 주목받는 크로스오버 신예들의 공연이라면 클래식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을 논하는 것은 아니나 잠실 실내체육관은...심했다. 음향 문제가 아니더라도 거의 전석 10만원 선의 만만치 않은 관람료임에도 야외용 의자를 1층에 깔아놓은 것 역시 아쉬운 부분. 추운 날씨, 간이 의자에 3시간이나 앉아 관람했을 중장년층의 고초는 안겪어도 알만하다. 고정석인 3층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은 팬서비스 준비된 앵콜곡 2곡으로 끝난 아쉬움도 크다. 성의껏 준비한 2곡이라 감동받았으나 라이브의 맛이 무언가. 돌발적인 이벤트. 교감의 표현 아니던가. 더 젊은층이 주된 관객이었으면 즉석 앵콜을 더 이끌었을까? 더 이상의 앵콜 요청없이 막이 내려가고 빠른 속도로 1층의 관객들이 사라짐에도 여전히 무대를 향해 박수치는 딸을 다독여 나가려는데 옆좌석 잠년 부부의 대화가 들린다. 이 공연은 보는게 남는거네. 못부르는 애가 한명도 없어. 내일 저녁 공연도 표 살 수 있으면 또 봐도 돼! 아내의 손에 이끌려 공연 초 투덜이 스머프처럼 뿔퉁했던 아버님의 한마디에 빵 터졌다. ^^ ![]() ![]() ================ 후일담1)관객 80% 이상이 50대 전후, 간혹 70대도 계신 장년층이었는데 그중 눈에 뜨이는 분들은 부부. 부인에게 끌려와 불편한게 역력했던 아버님들도 공연 말미에는 더 열정적으로 녹아드시더라. 내 옆에 앉은 아버님은 록키 주제가를 따라부르셨는데 정말 잘하시더라. JTBC가 메인 시청자인 장년층 대상으로 잭팟을 제대로 터트린게 <팬텀싱어>인듯하다. 후일담2)아이가 팬텀싱어의 경연곡들을 흥얼거리며 싱어들 목소리 하나하나 구분하는게 신기했다. 알아듣지 못할 이탈리아 노래들을 따라부르는 게 귀여워 자주 들려주었더니 그중 강현호와 조민규 팬이 되더라. 큰 놈은 김동현, 김주택, 시메, 염정제가 부른 이승환 작곡 영화 <26>년의 엔딩 타이틀곡인 <꽃>에 꽂혀 기말시험 내내 <꽃>만 듣고...그래서 전격 결정한 콘서트 관람. 절정 부분에 공연된 <꽃>은 최종에 남지 못한 시메와 염정제 대신 조형균과 한태인이 참여했는데 음원의 그 구수한 청명함과는 달랐다. 후일담3)내가 주목하는 싱어는 한태인. 고음이 섞인 베이스도 인상적이지만 타고난 부지런함과 후천적 노력의 결과인듯한 프로듀싱 능력이 대견하다. 경연중에도 형. 동생 아우르며 이끌어가는 게 신기했는데 5천명 관객 앞에서 말도 잘한다. 한태인 부모님께 어찌 키우셨냐 묻고싶다. 후일담4)콘서트 일정을 늦게 알고(그래봤자 12월 초였는데도..) 찾아보니 전석 균일가여서인지 3층 뒷줄만 남았다. 고민하다 가족 전체 나란히 앉는건 포기하고 앞뒤로 띠엄 띠엄 중간 라인 빈 자리를 예매. 아이들도 나란히 앉아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공연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단다. 우려했던 것보다 더 공연에 몰입하는 아이들 덕에 한줄이라도 앞 좌석을 선택한게 다행이긴 했다. 2017년 12월 25일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1988)는 생방송 직전의 긴박한 상황으로 시작된다. 급박하게 편집을 마친 테이프를 송출 직전 전달하는 스피디한 씬과 매일 전쟁같은 방송을 치뤄야 하는 여주인공 홀리 헌터의 이른 아침 오열 씬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방송이란 대중과의 무거운 약속이며 만에 하나라도 피치못할 사고가 생기면 시청자의 양해 이전에 방송 관계자들의 반성과 질책이 전재된다는 것을 설명해준 장면이기도 하다. 이후 방송계를 다룬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전형으로 등장한 것을 보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방송의 속성임은 명약관화 하다. 2017년을 마무리하며 온 가족이 TV 앞에 앉아 있던 크리스마스 이브 황금 시간대. tvn <화유기>(연출 박홍균, 극본 홍정은 홍미란)의 방송사고는 전후 사정을 떠나 그 대처 방법 하나만 보더라도 방송의 속성과 무거운 책임의식에 위배된다. ![]() ![]() ![]() 본 방송 송출에 적합한 최종본이 아님을 인식했고 첫 번째 중간 광고시간을 20분 넘게 할애하며 대책을 세웠을 때 관계자들은 감을 잡았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라도 넘어갈 위기가 아님을 깨달았다면 tvn측은 정직하게 전체 화면으로 사과자막을 띄웠어야 한다. 종편이라 해도 중간 광고는 5분을 넘지 않는데 시청자들은 아무 정보 없이 20분 넘게 자사 프로그램 예고편을 무한 반복으로 봐야 했다. 본방 영상 미비에 이은 또 다른 방송사고를 tvn 스스로 만든 것이다. 중간 광고시간 20분 지나 화면 하단에 등장한 방송지연에 대한 한줄짜리 자막은 이런 업친 데 덥친 사고에 대한 설명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 ![]() 2번째 중간 광고에서도 20분 넘는 자사 예고편 무한 반복으로 이어질 상황이었으면 tvn측은 제대로 풀 스크린 사과문을 자막과 나래이션으로 넣고 <화유기> 1회 재방을 긴급 편성하던지 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후 속수무책으로 방영된, 후반작업이 되지 않은 와이어 투성이의 화면들로 인한 작품 자체의 손상은 최소한 막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반 작업 안된 코믹한 영상과 마무리 없이 뚝 끊겨버린 <화유기> 2회를 마주한 시청자들의 황당함은 방송의 신뢰와 드라마 대한 기대만큼의 트라우마를 남길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언제부터 방송이 우리에게 이리 가벼운 매체로 전락한 것인가. ![]() ![]() 이후 방송 사고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 "<화유기>는 기억 안나고 무한 반복된 예고편인 <마더>와 <윤식당>만 기억난다" "배우들이 불쌍하다""처음부터 무리인 제작 일정이었다" 등 뼈 아픈 지적들로 가득하다. 공통된 것은 이렇게 무너진 드라마에 대한 신뢰도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명망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포진한 기대작이었다. 세상의 다양한 욕망을 요괴로 표현한 설정도 흥미진진해 굳이 중간 광고 감내하며 본방을 사수한 수많은 시청자들은 아마도 상당 수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황금시간대를 낭비하며 와이어가 노출되지 않았나, 저 씬 뒤에는 이런 장면이 있더라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주영/방송칼럼니스트darkblue888@naver.com 2017년 11월 20일
꿈의 시청률 40% 돌파를 예상하던 '황금빛 내인생'이 지난주에 이어 뭇매를 맞고 있다. 신지수(서은수)의 중2병 소녀같은 퇴행이 반복되고 신지안(신혜선)의 자살소동에 이은 예측불허 염전 노동 행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황금빛 내인생'은 첫회부터 20%를 기록하며 20회 이르기까지 줄곧 30% 중반대 시청률을 유지해 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청률 20%는 보장된다는 KBS 주말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연기와 대본, 연출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고 "막장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화해와 용서를 견인하는 힐링드라마를 구현한다"는 암묵적 기대치가 잘 반영된 덕이다. 세계를 누빈 상사맨으로서 유복하게 가족을 부양한 서태수(천호진)는 사업 실패로 일용직을 전전한다. 양미정(김혜옥)은 무능해진 남편이 답답하지만 자식들 보는 낙으로 알뜰살뜰 사는 전업주부다. 쌍둥이로 자란 서지안(신혜선)과 서지수(서은수)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서로 챙기고 의지하는 의좋은 자매. 똑똑하고 부지런한 대기업 계약직 사원 지안과 소심하지만 여유로운 알바인생 지수는 정 반대의 성향이지만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영혼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맏아들 지태(이태성)는 정규직이나 집안 전세자금 대출로 결혼마저 포기한 비혼자. 막내 아들 지호(신현수)는 삼수생이라 속이고 돈벌기에 급급하다. 각기 사정은 있으나 추억을 켜켜이 쌓으며 살아가는 화목한 소시민의 전형이다. ![]() 재벌가 해성그룹의 맏딸 노명희(나영희)는 25년 전 잃어버린 딸 은석을 계속 수소문하고 결국 지안 지수 자매중 한명이 자신의 딸임을 확인한다. 정규직이 되기위해 회사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온 지안이 회사 상사 심부름중 도경의 차와 접촉사고를 낸 것은 이 때 즈음이다. 명희의 맏아들이자 해성그룹의 후계자인 최도경(박시후)은 친동생인 줄 모르고 지안을 압박한다. 자신이 해성그룹 딸임을 알게 된 지안은 도경 차 수리비 2천만원을 명희에게 빌려서 갚고 해성 본가에 자진해서 들어간다. ![]() 울며 붙잡는 지수와 만류하는 아버지, 매몰차게 보내려는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안. 25년간의 가족애보다 열심히 살아도 세상의 편견과 부조리에 떠밀리는 고단함에 지친 지안은 낯설지만 편안한 길을 선택한다. 드라마적인 우연이 겹쳐지며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빠른 템포와 명확한 캐릭터 설정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주말드라마 여주인공중 가장 똑부러지는 사이다 캐릭터로 거듭난 서지안은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었다. ![]() 타고난 영민함과 성실함으로 재벌가 상속녀로 거듭나는 지안의 에피소드들은 기대 이상이다. 6회부터 12회까지 속도감 있게 그려진 사이다 행보는 명불허전. 낙하산에 밀린 마케팅팀 정규직에 들어가 회사 창립기념 이벤트의 제안자이자 실행자로 총애를 받는 과정은 모든 계약직 청년들의 대리만족 시퀀스다. 해성그룹 회장인 외할아버지 노양호(김병기)에게 거듭 인정 받는 과정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급. 깐깐한 재벌가 사모님들 틈에서 미술에 대한 깊은 조예로 한방을 날린 것은 화룡점정이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온 서지안답게 재벌가의 편견과 복잡한 규칙도 일망타진한다는 환타지 무용담에 준한다. ![]() 속 시원한 가족 힐링드라마로 자리매김한 '황금빛 내인생'이 30% 초반대로 시청률 답보 상태에 머문 것은 주인공인 서지안이 해성그룹 친자가 아님을 스스로 깨달은 13회 부터다. 친 남매로 서로를 배려하던 도경과 지안의 관계가 어색해지며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시기이기도 하다. 애뜻함과 설레임으로 시청률이 거듭 상승하던 중 재벌가 아버지 최재성(전노민)이 친자확인을 한 20회를 지나 모든 관계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22회. 도경과 지안의 관계가 명확해 질 것을 기대하며 급상승한 시청률은 40%를 예견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예고된 23회 지안의 염전 행각. "기억상실 드립의 막장 아니냐"며 한주를 시끄럽게 한 예고편은 지안의 자아 상실로 드러났음에도 30% 초반으로 곤두박질 치게 했다. 이미 14회부터 지안은 자신이 친모 양미정(김혜옥)의 거짓으로 해성그룹의 친딸인 지수와 바뀐 것을 눈치챘다. 성공 지향적이며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는 자신을 위한 친모의 고육지책임을 알게 된 것이다. ![]() 15회부터 19회에 걸쳐 불안과 고통 속에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며 일만 해온 지안의 내면 변화는 22회 자살 소동과 23회 예고된 염전행각의 복선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엄격하고 정의롭게 자신을 관리해온 지안에게 본인의 잘못된 선택은 용서할 수 없는 '악'이었을 것이다. 쌍둥이로 자란 지수의 이해도 얻지 못하고 친부모와 오빠의 미래도 저당 잡히게 했기 때문이다. 지수의 퇴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됨직 하다. 지수의 삶은 지안의 보호와 이해로 점철되었다. 학창시절 부터 여린 지수를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앞장서서 보호하고 응원해준 지안은 지수에게 또 다른, 되고 싶은 자아였다. 쌍둥이 라는 전제는 무엇을 함께해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다. 분리 불안은 쌍둥이 자매에게 흔한 현상이다. 지안 역시 그런 지수를 책임감 있게 돌보면서 독립심과 대비책을 세우며 더 영민해져야 했을 터이다. ![]() 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안이 영혼의 동반자 같은 지수에게 상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수에게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든 잘못을 지안 탓으로 돌리고 해성 본가로 들어가서도 자기 주장대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충격에 의한 퇴행 현상이다. 어쩌면 지수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가 있다면 지안이였을 것이다. 대다수 주말드라마 주인공들은 쌍둥이로 알고 자란 동생 대신 자신이 재벌가 친자로 자리잡았다면 온갖 권모술수로 숨겨왔다. 그러나 '황금빛 내 인생'의 주인공 서지안은 친모의 섣부른 판단으로 불씨가 꺼져갈 것 같은 자기 인생을 되살리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 맡은 임무를 성공시키면 자신은 물론이고 친부모에게도 피해가 덜 갈 것이라 생각해서다. 결과적으로 지안의 마지막 희망은 무너졌고 가족들은 서로를 원망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해성그룹 가족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친딸을 찾았으나 입맛에 맞지 않고 불편하다. 딸들이 제 자리를 찾았지만 양가 가족들은 전보다 더 불행해 졌다. 혼돈을 맞이한 것이 지안과 지수만은 아닌 것이다. ![]() '황금빛 내 인생'은 이제부터다. 최악의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아 찾기에 돌입할 것이다. 꿈 꾸지 않고 집안이 원하는 대로 놓여진 트랙을 따라 성장한 도경은 트랙을 스스로 벗어나는 것으로, 견고한 트랙을 찾아 헤매던 지안은 자신만의 트랙을 창조해 내는 것으로 '황금빛 내 인생'을 찾아가지 않을까? 다시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다양한 인생의 궤도를 찾아내는 과정은 2막에 들어선 드라마가 선사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캐릭터에 섬세한 복색을 하기로 유명한 소현경 작가가 숨고르기를 하는 이 시점은 새로운 개연성이 창조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후반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주영/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2017년 11월 19일
장나라와 손호준 조합의 성공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예능드라마라는 틀거리까지주어지니 두 배우가 전작에서 드러낸 면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나라는 <한번 더 해피엔딩>(2016)에서 걸그룹 출신 커리어우먼 이혼녀 한미모 역으로 원숙한 남녀간의 갈등과 설렘에 대해 충분히 다른 시각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손호준이야 <삼시세끼>(2015~2016) 시리즈와 <응답하라 1994>(2013)에서 예능에 걸맞는 섬세하면서도능청스러운 상반된 이미지를 눈빛과 표정으로 충분히 어필해왔다. ![]() 한마디로 믿고 보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예능드라마 출사표는 '따 놓은당상' 같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끌리지 않았다.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굳이 여러 번 소모된 이미지들의 재결합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뒤늦게 본 1회는 기대보다 심심했다.오래된부부의 지친 모습은 우리 삶과 너무도 흡사해 불편했다. 30대 후반 로코여왕의 맨 얼굴은 관리가 잘되었음에도비루해 보였고 조각같은 남자 주인공의 허세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데 그쳤다. 이미 수백번답습된 현실 부부의 삶을 예능 드라마에서 까지 정형화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 배우가 아깝다싶을 정도로 지루하게 1회 중반을 넘길 무렵, 필자는 타임슬립한 20대 마진주(장나라)가현실에서는 고인이 된 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중반부까지 빨리돌리기로 볼 정도로 그저 그런 컷들의 반복은 이 시퀀스를 위한 복선이었다. 복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현실적인 주인공의 삶이 빠른 속도로 시청자들의 기억을 소환해 내었고 이는 큰 공감과 감동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해온 줄리아 크리스테바(1941~)는 <사랑의 역사>라는 저서를 통해 "나의 사랑을 회상한다는 것은 매우 아득한 일이어서 그 사랑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에로티시즘을 초월한 이 흥분의 기쁨은 너무도 엄청나 차라리 순수한 고뇌라 하겠다.”고 했다. 크리스테바가 의미하는 사랑의 주체와 정의는 심오하고 난해하지만 필자는 18년전과거로 타임슬립한 마진주가 젊고 건강한 친정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사랑을 떠올렸다. 에로티시즘은이 거대한 사랑의 재발견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과거로 되돌아간 마진주의 삶은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를 통해 다양하게 그려지고 재해석된다. 고단한 현실에서 남편최반도(손호준)와 싸울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나도 예전에는….” 시리즈는 섬세하게 표현되는 실제 과거와 변모된과거가비교되며 시청자들을 웃프게 한다. ![]() 단체 미팅에서의 첫만남을 회피한 마진주와 최반도는 각기 엄친아 정남길(장기용)과 첫사랑 민서영(고보결)을대면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자 한다. 빛바랜 에로티시즘을 의미하는 이 설정들은 뻔하지만 다르다. 정남길과 마진주의 언덕 포옹씬이나 최반도와 민서영의 힙합과 발레리나 공연씬 등은 클리세를 넘어선 클리세다. 시청자들은 이미 마진주와 최반도의 재결합이 결말임을 눈치 채지만 설렘에 빠져든다. 18년을 오고 가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연기 내공과 합이 장기용과 고보결의 판에 박힌듯한 첫사랑 이미지 마저신선하게 포장해서다. ![]() 다시 지루해질 즈음 <고백 부부>로 예능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하병훈 감독과 권혜주 작가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었다. 익숙한 첫사랑에 대한 복기는 가족애를 메인 요리로 하는 코믹함과 연민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마진주가 과거에서 온 것을 눈치 챈 어머니 고은숙(김미경)이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산다”며 다시 미래로 돌아가라 설득하는 장면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당연한 다독임이지만 슬프다. 드라마 속 전사(前事)를 통해 자식을낳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갈등과 본능을 전면화 시킨, 뼈를 깎는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사랑의 역사>에서 기술했듯 "사랑의 체험이란 이동되고 다시 시작되고되풀이 되면서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완전히 죽어버리지 않고 영원히 되살아나는 조건이 되어 분석받은 자의 인생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잡는 것”이다. 우리는 고래로 그 사랑의 한가운데서 탄생하고 살아가며 스러져간다. 그중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고단한 축복이다. <고백부부>가 빼버린 결혼반지를 다시 끼움으로서 현재로 되돌아가도록 설정한 것은 결혼관계의 회복을 넘어선 은유다. 부부관계의 회복은 부모로서의 자각이자 성찰이며 자식으로서의 깨달음이고 더 넓은 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주영/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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