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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by 닥블루 at 03/04 신라가 삼국통일한게 아니.. by 역덕후 at 03/04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by 닥블루 at 02/03 저는 공연 넘 잘봤습니다... by 이상한분 at 02/03 저럴수가 by 명탐정 호성 at 10/16 그후 소향씨가 던킨도너츠.. by 닥블루 at 10/02 저도 봤습니다. 혼자였으.. by 먹보 at 05/11 출근전에 살짝 봤는데도 .. by OCGUBTT at 05/11 재미없는 소설은 가라! .. by 새파란상상 at 02/12 와..장문의 의견 감사드.. by 닥블루 at 01/22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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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9일
장나라와 손호준 조합의 성공은 충분히 예상되었다. 예능드라마라는 틀거리까지주어지니 두 배우가 전작에서 드러낸 면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나라는 <한번 더 해피엔딩>(2016)에서 걸그룹 출신 커리어우먼 이혼녀 한미모 역으로 원숙한 남녀간의 갈등과 설렘에 대해 충분히 다른 시각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손호준이야 <삼시세끼>(2015~2016) 시리즈와 <응답하라 1994>(2013)에서 예능에 걸맞는 섬세하면서도능청스러운 상반된 이미지를 눈빛과 표정으로 충분히 어필해왔다. ![]() 한마디로 믿고 보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예능드라마 출사표는 '따 놓은당상' 같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끌리지 않았다.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굳이 여러 번 소모된 이미지들의 재결합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뒤늦게 본 1회는 기대보다 심심했다.오래된부부의 지친 모습은 우리 삶과 너무도 흡사해 불편했다. 30대 후반 로코여왕의 맨 얼굴은 관리가 잘되었음에도비루해 보였고 조각같은 남자 주인공의 허세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데 그쳤다. 이미 수백번답습된 현실 부부의 삶을 예능 드라마에서 까지 정형화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 배우가 아깝다싶을 정도로 지루하게 1회 중반을 넘길 무렵, 필자는 타임슬립한 20대 마진주(장나라)가현실에서는 고인이 된 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중반부까지 빨리돌리기로 볼 정도로 그저 그런 컷들의 반복은 이 시퀀스를 위한 복선이었다. 복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현실적인 주인공의 삶이 빠른 속도로 시청자들의 기억을 소환해 내었고 이는 큰 공감과 감동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해온 줄리아 크리스테바(1941~)는 <사랑의 역사>라는 저서를 통해 "나의 사랑을 회상한다는 것은 매우 아득한 일이어서 그 사랑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 에로티시즘을 초월한 이 흥분의 기쁨은 너무도 엄청나 차라리 순수한 고뇌라 하겠다.”고 했다. 크리스테바가 의미하는 사랑의 주체와 정의는 심오하고 난해하지만 필자는 18년전과거로 타임슬립한 마진주가 젊고 건강한 친정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사랑을 떠올렸다. 에로티시즘은이 거대한 사랑의 재발견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과거로 되돌아간 마진주의 삶은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를 통해 다양하게 그려지고 재해석된다. 고단한 현실에서 남편최반도(손호준)와 싸울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나도 예전에는….” 시리즈는 섬세하게 표현되는 실제 과거와 변모된과거가비교되며 시청자들을 웃프게 한다. ![]() 단체 미팅에서의 첫만남을 회피한 마진주와 최반도는 각기 엄친아 정남길(장기용)과 첫사랑 민서영(고보결)을대면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자 한다. 빛바랜 에로티시즘을 의미하는 이 설정들은 뻔하지만 다르다. 정남길과 마진주의 언덕 포옹씬이나 최반도와 민서영의 힙합과 발레리나 공연씬 등은 클리세를 넘어선 클리세다. 시청자들은 이미 마진주와 최반도의 재결합이 결말임을 눈치 채지만 설렘에 빠져든다. 18년을 오고 가는 장나라와 손호준의 연기 내공과 합이 장기용과 고보결의 판에 박힌듯한 첫사랑 이미지 마저신선하게 포장해서다. ![]() 다시 지루해질 즈음 <고백 부부>로 예능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하병훈 감독과 권혜주 작가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었다. 익숙한 첫사랑에 대한 복기는 가족애를 메인 요리로 하는 코믹함과 연민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마진주가 과거에서 온 것을 눈치 챈 어머니 고은숙(김미경)이 “부모 없이는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산다”며 다시 미래로 돌아가라 설득하는 장면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당연한 다독임이지만 슬프다. 드라마 속 전사(前事)를 통해 자식을낳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갈등과 본능을 전면화 시킨, 뼈를 깎는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사랑의 역사>에서 기술했듯 "사랑의 체험이란 이동되고 다시 시작되고되풀이 되면서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완전히 죽어버리지 않고 영원히 되살아나는 조건이 되어 분석받은 자의 인생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잡는 것”이다. 우리는 고래로 그 사랑의 한가운데서 탄생하고 살아가며 스러져간다. 그중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고단한 축복이다. <고백부부>가 빼버린 결혼반지를 다시 끼움으로서 현재로 되돌아가도록 설정한 것은 결혼관계의 회복을 넘어선 은유다. 부부관계의 회복은 부모로서의 자각이자 성찰이며 자식으로서의 깨달음이고 더 넓은 관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주영/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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